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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6. 20:57 - 아스트랄 동짜몽

위기의 커플 : 종교 편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난 선듯 대답할 수 없다.
사랑은 추상 중의 추상, 손에 잡히지 않을 뿐더러 그 어떤 단어, 의미로도 정의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랑은 정치적인 신념이나 일종의 종교적 신념처럼

그러니까 신념, 어떤 믿음으로 뭉쳐진 마음과 같다.

그 신념에는 어떤 근거나 단서가 없다. 그 자신과 상대의 존재가 그 근거이자 단서다.

시작점도 끝점도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 생겨난 그 신념은 사랑이 된다.

"네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너라고 대답하겠다"


정치는 민주당, 종교는 기독교라는 자신의 정해진 스펙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이라는 빈칸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들어간다. 그 자체가 신념이 된다.


하지만 이 신념이라는 성격 자체가 문제가 될 때가 있다.

바로 신념과 신념이 부딪힐 때다. 흔히 종교에서 그런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 인구 반은 무교. 그 반을 세등분하면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인구다.

그러니까 당신이 누군가를 만난다고 할때 50% 확률로 종교인을 만난다는 말이다.

그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대가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종교인이든 이상한 이단을 다니든 큰 상관은 없을터다.

하지만 문제는, 사랑이다. 이놈의 사랑이란 신념이 이 종교와 줄다리기를 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그녀가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

아니면 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는데, 자꾸만 교회를 절을 가자고 조른다. 환장한다.

기독교 대 무교, 불교 대 기독교, 천주교 대 불교 모두 다 그렇다.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과 만나는 것과 같다. 다른 삶, 다른 생각, 그리고 다른 신념.


그래, 그럼 같은 종교인을 만나자 라고 생각해도 한숨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떤 종교에 속해있다고 한다면, 분명히 자신이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이성을 탈락시키고,

그 코딱지만한 확률 속에 속하는 이성만이 자신의 사랑 빈칸을 채우는 이름 후보가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겪고 있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은 지금 노총각 노처녀가 되고 있다. (어쩌면 자발적인)





종교란 건 그렇다. 사람이 단순히 믿고 있다는 대상을 넘어 그 사람 자체가 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흔히 교회의 많은 자매(!)들이 비기독교인 남친을 전도하려고 애쓰는 모습들, 그리고 교회에 나온다는 약조(!!)를 받고 결혼하는 모습들을 본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종교적인 신념은 외부의 어떤 노력보다 자신 스스로의 변화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 위기를 어찌하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일단 자신을 파악하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무교라면 종교를 용납할 수 있는 타입인지, 자신안에 '신'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자신이 타 종교인이라면 스스로의 신앙이 어떤 상태인지, 상대를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용납 못할 거다. 그냥 처음부터 안전한 길을 택하자. 머리 싸맨다고 해도, 답 안나온다.

사랑은 모험이나 탐험이 아니다. 뭔가 드라마처럼 역경을 뚫고 이겨내고 극적이게 성취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랑이란 신념의 성격을 말하자면, 평안이다. 안정이다. 그 사람 품에 안겨 있을 때 가장 편안하고 보호받는다는 그런 느낌이다.

매번 투쟁해야 하고 다퉈야 하고 그래서 뭔가 딜을 해야 하는 그런 관계는 절대 사랑이 성립할 수 없다.


사랑하는데 어떻해요! 라고 묻는다면, 과감하게 헤어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욕심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그 사람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은 욕심이다.

내 종교로 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은 나만의 투정이고, 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앞서 말했던 자신을 파악했을 때,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깔끔히 헤어지라는 말이다.

이건 앞서 말했던 나이나 거리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 머리 속에 박혀 바뀌지 않는 신념이기 때문에.

둘의 앞날에 푸르른 나날이 계속되리란 보장이 매우 낮다.


반박하고 싶으신 분들, 많을테다. 하지만 난 최소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이란 신념 빈칸에 최소한 다른 종교 신념 빈칸과 부딧히지 않는 사람 이름을 적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