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으면 그만큼 삶의 중심에서 떨어져나간다. 그건 아무리 사랑을 속삭였던 연인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신이여, 우리를 왜 갈라놓으시나요
장거리 연인의 이유는 몇가지로 나뉜다.
1. 우연한 계기로 만나 사귀게 됐는데 알고보니 집이 저 위쪽과 저 밑쪽
2. 잘 사귀고 있는데 한쪽이 거처를 옮긴다던지 해외출장을 간다던지
3. 군대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환경 변화
세가지 경우 다 처음에는 ‘어, 괜찮아. 우린… 괜찮아’라고 응수하지만, 차츰 차츰 괜찮지 않게 된다. 서울 사람과 부산 사람이 사귀는 것,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인도에 출장간 사람과 만나는 것, 군대 간 남친을 1년 3개월 째 기다리며 고무신을 신는다는 건 그런 뜻이다. 괜찮지 않다는 것.
연인은 사랑을 부르짖으며 어떻게든 이 위기를 타개하려고 한다. 괜찮아, 우린 이겨낼 수 있어. 그 먼 거리를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달려가고 짧은 시간 조우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는 생각보다 사람의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장 불타오를때 그 사람의 얼굴을 만지고 키스하고 싶은게 사람의 본능일터,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그를, 그녀를 어떻하면 좋겠냐는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서운한 마음, 섭섭하고 때로는 이 상황이 야속해 멀리 있는 상대가 미워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1편의 위기로 꼽았던 ‘나이’ 같은 경우는 아무리 노력해도 고칠 수 없는 ‘처음부터 설정된 한계’이다. 하지만 거리는 어느 정도 노력을 통해 이 한계의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동생은 연인과 다른 학교로 다니면서 장거리 연애를 2년, 그 후 유학으로 또한번 타의에 의한 장거리 ‘이별’을 맞았다. 그런데도 그는 심각해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었다. 힘들지 않냐고. 그러자 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아니요. 서로 통화 많이 하고, 서로 잘 지내는 거 알고 그러면 됐죠. 지금은 각자 할일에 올인하니까 잠시 얼굴을 못보는거고, 다시 돌아오면 데이트 많이 할거니까… 전 괜찮아요”
머리에 망치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멀면, 헤어진다라고 난 공식처럼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이었다.
둘 간의 거리, 그러니까 주어져버린 ‘위기’를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이들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지금 볼 수 없어서 칭얼대고 그래서 싸우게 되고 그러다 헤어지게 되는 보통 과정에서, 이들은 현재 상대를 보아야만 사랑이 충족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디있든, 무얼하든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그의 사랑이 존재하다는 걸 충분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걸로 됐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하나를 주면 또 욕심을 부리고, 사랑 또한 가면 갈 수록 욕심을 부르는게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무념’이 거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특효약이다. 직방이다. 물론 그저 무념 무념 할 수만은 없다. 대신 둘간의 약속은 분명 있어야만 한다. 둘간의 감정을 계속해서 확인하는 둘만의 어떤 방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통화가 됐건, 문자가 됐건, 편지가 됐건 말이다.
연인과 멀어지면 헤어지기 쉽다. 하지만 꼭 그 숙명이 운명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당사자들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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